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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음악 (시작, 첫 번째 하우스, 흑인 음악)

by jiggy2191 2026. 2. 22.

하우스 음악이라고 하면 무슨 색깔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솔직히 백인 DJ들이 만드는 차갑고 기계적인 음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DM 페스티벌에서 흰 피부의 프로듀서들이 신디사이저 앞에 서 있는 모습이 자연스레 연상됐거든요. 그런데 하우스의 뿌리를 파고들면서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하우스는 흑인 게이 커뮤니티에서 탄생했고, 그 출발점은 디스코였습니다.

웨어하우스에서 시작된 혁명

1977년, 시카고에 웨어하우스라는 클럽이 문을 열었습니다. 뉴욕에서 건너온 DJ 프랭키 너클즈가 부스를 잡았고, 이곳은 흑인 게이들의 성지가 됐습니다. 당시는 디스코가 전성기를 지나 몰락하던 시기였습니다. 1979년 시카고 야구장에서 벌어진 '디스코 파괴의 밤' 이후 라디오에서 디스코가 사라졌거든요.

프랭키는 죽어가는 디스코를 살리기 위해 테이프를 직접 잘라 붙이며 에디팅을 시작했습니다. 드럼 파트만 반복시키거나, 기차 소리 같은 효과음을 섞어 넣었죠. 제가 이 부분을 처음 알았을 때 가장 놀라웠던 건, 이게 단순한 음악적 실험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갈 곳 없는 흑인 게이들을 위한 공간을 지키려는 절박함이었던 거죠.

손님들은 프랭키가 트는 음악에 열광했고, 다음 날이면 레코드샵에 몰려들었습니다. "어제 웨어하우스에서 나온 그 음악 있나요?" 직원들은 이 음악들을 따로 분류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하우스'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클럽 이름에서 따온 거였죠.

제시 손더스와 첫 번째 하우스 트랙

프랭키가 기존 곡을 에디팅했다면, 제시 손더스는 아예 새로운 곡을 만들었습니다. 1984년 발표한 'On and On'이 세계 최초의 하우스 트랙으로 인정받습니다. 제시는 원래 좋아하던 디스코 곡의 음반을 잃어버렸고, "그럼 내가 만들지 뭐"라는 마음으로 TR-808 드럼 머신을 꺼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지점이 하우스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봅니다. 드럼 머신으로 찍어낸 반복적인 비트만으로도 사람들을 춤추게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거니까요. 화려한 연주나 폭발하는 가창력 없이도 댄스플로어를 장악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시카고의 많은 DJ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정도면 나도 하겠는데?" 훗날 하우스의 거물이 되는 마셜 제퍼슨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On and On이 없었으면 저는 아직도 우체국에서 일했을 겁니다." 드럼 머신 하나로 누구나 프로듀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린 순간이었습니다.

흑인 음악에서 나온 기계적 사운드

솔직히 말하면 저는 그루브를 중요시하는 흑인 음악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하우스는 차갑고 딱딱하고 정적인 느낌이 강하잖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백인 음악이라고 착각했던 겁니다. 하지만 찾아보니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하우스는 디스코의 DNA를 그대로 물려받았습니다. BPM 120 전후, 한 마디에 킥드럼이 네 번 들어가는 포온더플로어(Four on the Floor) 비트는 디스코의 핵심이었으니까요. 다만 드럼 머신과 신디사이저라는 새로운 도구를 만나면서 질감이 바뀐 겁니다. 기계가 만들어낸 일렉트로닉한 사운드가 더해지면서 디스코보다 더 미래적이고 강렬한 느낌을 냈죠.

제 경험상 4온더플로어 박자는 사람에게 엄청난 창의성을 주는 것 같습니다. 재즈나 밴드 음악에 비해 훨씬 짧은 역사를 가졌는데도, 하우스는 애시드 하우스, 딥 하우스, 테크 하우스 등 수많은 하위 장르를 파생시켰거든요. 영국으로 건너가 레이브 문화와 만나 폭발했고, 프랑스에서는 다프트 펑크를 낳았습니다. 2010년대엔 EDM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를 석권했죠.

하우스는 정말 트렌드를 안 타는 장르입니다. 재즈처럼 지구 어딘가에선 항상 누군가 만들고 있고,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비욘세가 하우스 스타일의 앨범을 낸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우스는 해방과 기쁨의 음악일뿐 아니라, 사람과 포용도 함께 담긴 음악입니다."

40년이 넘는 하우스의 역사를 한 글에 다 담을 순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합니다. 하우스는 흑인 게이 커뮤니티가 억압 속에서 만들어낸 자유와 저항의 음악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 뿌리를 알고 들으면, 기계적인 비트 속에서도 뜨거운 온기가 느껴진다는 것. 저는 이제 하우스를 들을 때마다 웨어하우스의 댄스플로어를 떠올립니다. 그곳에서 춤추던 사람들의 해방감과 기쁨을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jvPktQ9Z9F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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